자몽살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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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함께합시다. 우리가 필요합니다. … '우리'라는 새 울타리 안에다 넣어줄 수 있는지. 꿈, 사랑, 희망 아무것도 갖지 못한 내게 아무런 대가 없이 '함께'를 기약해 줄 수 있는지. 그렇게 함께한다면 '우리'는 죽고 싶은 이유를 죽이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살릴 수 있을지.
오랜 시간이 흐르고 흐른 뒤의 나는 오늘의 햇빛을 원망하고 있을까? 아니면 고마워하고 있을까? 죽는 건 하루만. 진짜 딱 하루만 미뤄야겠다.
죽어가던 나에게 기꺼이 심폐소생술 해 주려는 태수 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대체 뭐길래? 나에 대해 대체 뭘 알길래? 반대로 나도 언니들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 없는데, 언니들이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꿈꾸는지, 어떤 마음으로 이 세상과 싸우고 있는지 그 무엇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는데. 호랑이 무리에 다 죽어가는 사자 한 마리 들어오려는 걸 왜 아무 의심 없이 받아주려는 건지, 왜 이렇게까지 나를 살리려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는 척 우리가 되고 싶었다. 모르는 건 어떻게든 알아가면 되니까.
바다는 세상의 모든 사건들을 저항 없이, 삭제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차츰 불어나고 있을 뿐이다. 보다 커다란 품을 만들어 갈 뿐이다. … 더 이상 스스로를 익사시키지 않고 내일을 꿈꾸며 유영하는 어른. 하나 확실한 것은, 나의 바다는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의 바다는 언제나 이곳에. 우리의 바다는 언제나 이곳에.
자몽살구클럽 활동이 분주해질수록 커지는 행복은 모순적이게도 불완전한 감정들까지 데려온다. … 오늘의 구원을 갚을 수 있는 미래가 나에게 존재할까? 존재하는 거라면. 그날의 바람이, 하늘이, 언니들이 변함없이 오늘 같으면 좋겠다.
우리의 도망칠 길은 어떻게든 존재했다.
당장 오늘의 맺음이 불확실한 언니들이랑 모여서 이것저것 해보니까 어때? 이 언니들이라면 내일도 꿈꿔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 굳이 묻고 대답하지 않아도 마주치는 두 눈에 답과 위로가 보였으니까.
__에게
살아보려 해도 죽음의 늪을 빠져나갈 수 없는 존재. 참으로 불행한 존재. 죽어도 되는 게 아니라 죽어야 하는 존재. 내 존재의 형용사들은 지독히 어둠만을 쫓았다.
한 걸음에 죽음 한 걸음에 삶 / 한 걸음에 죽음 한 걸음에 삶 /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은 삶 — 잔인한 세상은 또 한 바퀴 돌아 오늘을 무사히 찾아와 있었다. 나는 쏟아지는 눈물을 여름 하늘에 제물로 바쳐 기도했다.
목차
- 나는 살구 싶나
- 이보현은 살구 싶다
- 하태수는 살구 싶다
- 나유민은 살구 싶다
- 김소하는 살구 싶다
읽고 나서
아이들이 보여 준 연대는 깊은 위안을 주었다. 그들은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이유를 묻지 않았다. 오직 서로를 지키고, 어떻게든 하루라도 더 살리려고 했던 우정의 형태가 너무나 좋았다.
나는 소하가 행복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소하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유민과 보현이, 그리고 하늘에서 지켜 보는 태수까지 소하가 행한 행위에 대해 어떠한 죄책감도 갖지 않기를 바란다.
왜 소하는 소하의 과거, 현재, 미래의 가해자를 두고서, 가해자의 또 다른 형태인 살인자가 되어야만 하는가.

